[스크랩] 여백 공포증

백영선 2012. 6. 27. 14:06
오래전 얘기이다.

그저 세상은 온통 코큰 사람들의 천국 이었다.
가진돈이 많은 부자 나라이니
물건 이라도 팔아먹을려면
깍듯이 예우를 해주어야 했고,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한
외교력 앞에서는
그 누구도 저항 할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니 변방에서 오밀조밀 모여있는
키작은 동양인들이란
그들의 눈에는 하찮은 민족으로 밖에
보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6,25가 끝난 직후
한국의 경제는 경제랄것도 없는
지리멸렬한 상태였고

그나마 좀 커다란 대륙의 중국은
죽의 장막으로 폐쇄된 국가였고,
겨우 일본만이 그들의 문화를 조금씩
선보이기 시작 하던 때 였던 것이었다.

그 무렵 ,
어찌 어찌해서
한국의 동양화가
미국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는데,

전시장의 책임자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런말을 전해 오더란다.

저 그림들의 여백에다가
색을 좀 넣으면 안되겠느냐는 소리 였단다.

우리측 관계자가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여전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 이더란다.

여백이란 때론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저 막연한 평면상의 공간을 초월한
무한의 생명력을 느낄수 있는
단전 같은 곳이기도 한것인데,

동양의 철학을 모르니
당연히 서양의 관점으로 생각해서
그 여백을 메꾸어 달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무려면 지들만 못해서
그곳을 여백으로 남겨 놨을려고,,,

여백 공포증.
같은 것이다,

늘 뭔가를 해야하고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조바심.

초조하고 바쁜 사람에게는
바로그런 여백 공포증이 올수가 있는데
우리같은 솔로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병이다.
출처 : 굴다
글쓴이 : 흐르는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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