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선/굴다의 행복한 사진관

[스크랩] 어찌하오리까....

백영선 2012. 6. 29. 12:30

동대문 바로 옆에 있는 동네가 창신동이라고 하는 곳인데

약간 달동에 같은 곳이어서

전에는 이곳에 얕으막한 집들이 많이 있었다.....(아직도 있지만)

 

그곳에는 지금도 서울 성곽이라고 불리우는

성곽이 남아 있는데,

 

그 성곽은 동대문에서 시작해서

창신동의 높은 동네를 돌아서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을 지나

삼선교를 지나서

성북동을 거쳐

지금은 없지만 청와대 뒷쪽,

북한산 자락 끝쯤에 있었던

북대문 으로 연결 되어졌던 성곽 이었다.

 

지금은 부분 부분만 남아 있지만...

 

그런데 얼마전

그 창신동에 볼일이 있어서 일을 보고 내려오는데

오랜만에 성곽을 따라서 내려오고 싶어서

약간 내리막이면서 동네가 있는 성곽길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대부속병원 옆길)

 

그런데 갑자기 길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나를 부르는게 아닌가..

 

돌아다 보니 나이가 조금 드신분인데

목발을 가지고 계신걸로 봐서는

다리가 불편하신분 같았는데

약간의 취기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왜 그러세요... 하고 대답을 했더니

몸이 불편해서 이 길을 도저히 못내려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수고수럽지만 좀 업어서 내려가 달라는 얘기였다.

 

길도 물론 내리막이라

목발을 짚고 내려 간다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더군다나 술에 취하신것 같아서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그 분을 업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요 아래 까지만 부탁 한다고 하더니

이내 큰 길까지로 바뀌는게 아닌가....

어차피 가는 길인지라 알았다고 하면서

큰길까지 가면서 댁이 어디냐...

몸도 불편 하신데 웬 약주를 그리 많이 드셨읍니까...하면서

이것 저것 물으면서 내려 오는데,

 

아드님 욕을 마구 하시면서

용돈도 안줄려고 하고

들어오거나 나거거나 신경도 안쓴다고 하시더니

집에 가는 택시비도 좀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보이는것 같았다.

 

공연히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

난처 하기도 하고

어찌 대답할지를 몰라

못들은척 내려오고 있는데

 

먼길을 내려오느라 나도 힘이들고

숨도 가빠지고 땀도 나고....

그러기를 한참만에 드디어 큰길에 도착을 하였다.

 

그런데 그 동네 입구에 있는 슈퍼 아주머니가

마침 그 모습을 보고는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는게 아닌가...

 

앞으로 그양반 업어주지 마요 젊은이.....

 

나는 순간 무슨영문 인지를 몰라

왜 그러시는데요...?   .....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몸이라도 성하지 않으면 술이라도 작작 마셔야지

하루도 안거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업어달라고 하고

차비 달라고 하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게 아닌가..

 

순간 나는 마치 속은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약주를 좋아하시니 그럴수도 있겠지..

몸까지 불편 하니 속상하기도 하겠지...

이해는 하면서도

돌아서서 오는길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참 별일도 다 있다..

 

출처 : 굴다
글쓴이 : 흐르는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