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술을 유난히도 좋아했었다.
단 하루라도
술을 안마시는 날이 없었고,
그 술이 떨어진 날은
불안한 나머지
잠도 제대로 주무시질 못했다.
그래서 나의 퇴근길에는 늘
아버지가 드실 소주병이 들려져 있었고
한병은 나중에 드시라고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나머지 한병은 당장 드시게 방안에 슬며시 밀어놓곤 했었다.
아버지에게 술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군것질같은 존재였고
오며가며 ,
때로는 부엌의 기름진 냄새만 나도
안주가 좋다고 하며
의례히 술병을 가지고 나오셨었다.
밥을 먹을때도 늘 술을 먼저 했고
자기 전에도 꼭 술을 마셔야 잠을 잘수가 있었다.
선잠을 깨었을때도 아버지는,
꼭 냉장고 문을 열어
소주를 몇모금 드시고는
다시 편안히 주무시곤 했었다,
이제 생각해 보면
어릴때에도
나는 아버지의 막걸리 심부름을 매일 했었고,
그럴때면
주전자의 꼭지를 한모금씩 빨면서
시금털털한 막걸리의 맛을 보기도 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이었는데
지금은 어찌 지내시는지....
출처 : 굴다
글쓴이 : 흐르는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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