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선/굴다의 행복한 사진관

[스크랩] 회색의 기억

백영선 2012. 6. 29. 12:56

나는 겨울의 꽁꽁얼은
회색빛 땅을
가장 싫어한다.

얼음처럼 얼어있는
그 회색빛 땅에서
넘어져 본 어린날의 기억이
너무도 잔인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픔의 정도를 넘어
감각조차 없었던 손바닥에는
모래알에 깊게 패인
몇줄기의 상처를 따라
피가 흘러 내렸고,

그 고통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양쪽 겨드랑에 그 얼어터진 손을 넣고
기다리는 방법 뿐이었다.

나는 그때의 그 느낌을
잊을수가 없다.
그리고 꽁꽁얼은 그 회색빛 땅을
잊을수가 없다.

그렇게 추웠던 지난겨울의 새벽
손바닥 만큼이나 아팠던
또 다른 상처를 가지고
조용히 길을 떠났던 나는

어느덧 또다른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다시는,

떠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출처 : 굴다
글쓴이 : 흐르는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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